16.11.01 : 일상

아무것도 모르고 스물 다섯에 회사에 입사했는데 올해로 벌써 제가 서른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다양한 직무를 겪었고 만 5년을 같은 회사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신입으로 입사해서 선배들 보조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어엿하게 맡은 직무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제가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돌이켜 보면 쉬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입사한지 6개월만에 해당 직무 부서가 축소 개편이 되어 제 자리가 없어졌고 타 부서로 전출이 되었습니다. 같은 지붕안에 중요한 업무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나눌 수는 없겠지만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직무에서 단순업무를 하는 직무로 바뀌게 되었을 때에는 자괴감도 있었고 상실감도 많았습니다. 대학내내 취업을 준비하고 자격증을 준비하고 힘든 채용과정을 지나서 입사하였건만 계약직 파견직 아르바이트생이 일하는 부서로 전출되었을 때 드는 생각은 절망감이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일은 편해졌습니다.

책임져야 하는 일이 없어졌고 같은 부서에 상사 및 선배가 없었습니다. 계약직 파견직 아르바이트생과 사무실을 사용하여 눈치 볼 사람이 없었고 하고 싶은대로 행동했죠. 일을 시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개인 시간도 많아졌습니다. 회사에서 개인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은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고, 그 해 사내에서 가장 많은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하였습니다.

남는 시간에는 배우고 싶던 업무를 배울 수 있었고, 그리고 기회는 왔습니다.

사실 좋은 의미의 기회라기 보단.. 처음 입사할 때 속해있던 부서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였고 몇몇이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급하게 대체할 인력이 필요했는데 지속적으로 교육이 된 사람이 저 밖에 없었던 것이죠. 연차많은 대리급이나 과장급이 해야하는 업무를 입사 3년차에 맡게 된 것입니다.

그리곤 3년이 지났고, 만 5년이 지난 6년차가 되었고 여전히 해당 직무에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아니 지금도 야근과 함께 이 글을 작성하고 있네요.

가끔 오늘같이 쌀쌀한 날씨에 야근을 하면 신입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항상 자신감 있는 목소리와 밝은 표정들 말이죠. 지금은 피곤에 쩔어 있는 아저씩 되었지만요.

30살, 한 여자의 남편, 한 아이의 아빠, 하드웨어 엔지니어, 영상전문가, 아마추어 사진가, 취미로 하는 영상편집, SNS 중독자, 얼굴없는 여행작가, 걷는 여행, 제주도 이주예정자, 어설픈 얼리어답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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